
주당순이익(EPS)을
믿으면 안 되는 이유
보고된 EPS는 경영진이 원하는 숫자일 수 있다. 회계 조정과 일회성 항목이 이익을 왜곡하는 방식, 그레이엄이 요구한 '정상화 이익'의 개념을 정리합니다
PART 3는 실전 재무 분석으로 들어갑니다. 그레이엄은 기업을 분석할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그 첫 번째 주제가 바로 주당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입니다.
EPS는 투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숫자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을 계산하는 기반이 되고, 기업 실적 발표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 산출에 핵심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이 숫자를 그대로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날카롭게 경고합니다. 보고된 EPS는 회계 선택과 경영진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01. EPS — 가장 많이 보지만 가장 오해받는 숫자
EPS는 단순히 말하면 당기순이익 ÷ 발행 주식 수입니다. 기업이 1년간 벌어들인 이익을 주식 한 주당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이 숫자가 커질수록 기업이 더 잘 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자자는 회사가 발표하는 이익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영리한 회계사라면 같은 사업 결과를 가지고도 매우 다른 이익 수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Benjamin Graham, The Intelligent Investor, Chapter 12
그레이엄의 지적은 회계가 부정직하다는 게 아닙니다. 회계 기준 자체가 기업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감가상각 방식, 재고 평가 방법, 수익 인식 시점, 일회성 항목의 분류 — 이 모든 것에서 경영진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EPS를 크게 바꿔놓습니다.
EPS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고 발표됐을 때, 그것이 진짜 사업의 성장인지, 아니면 회계 처리 변경이나 일회성 이익 덕분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 두 기업을 같은 PER로 평가하게 됩니다. 이것이 그레이엄이 EPS를 직접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분해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입니다.
02. EPS가 왜곡되는 5가지 방법
그레이엄은 경영진이 합법적으로 EPS를 부풀리거나 조정할 수 있는 주요 방법들을 분석합니다. 이것들을 알면 재무제표를 훨씬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03. EPS 해부 실습 — 보고 이익과 정상화 이익의 차이
가상의 기업 사례를 통해 보고 EPS와 정상화 EPS의 차이를 직접 확인해 봅니다. 아래에서 각 항목의 포함 여부를 토글해 두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세요.
위 사례에서 보고 EPS 5,100원과 정상화 EPS 3,200원의 차이는 무려 59%입니다. 만약 투자자가 보고 EPS를 기준으로 PER 10배에 '저평가'라고 판단했다면, 정상화 EPS 기준으로는 실제 PER이 16배에 가깝습니다. 전혀 다른 투자 판단이 나오는 것입니다.
04. 정상화 이익(Normalized Earnings) 계산법
그레이엄이 실제로 사용한 이익 계산 방식은 정상화 이익(Normalized Earnings)입니다. 단년도 EPS를 보는 것이 아니라, 최소 5~10년간의 이익을 평균 내어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제거하고 기업의 '진짜' 이익 창출 능력을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그레이엄이 5~10년 평균을 사용하는 이유는 경기 사이클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익이 부풀려지고, 불황기에는 쪼그라듭니다. 단년도 이익만 보면 이 사이클의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판단이 나옵니다. 10년 평균은 이 사이클 효과를 제거하고 기업의 진짜 수익 창출 능력을 드러냅니다.
그레이엄의 정상화 이익 개념은 현대에 로버트 실러 교수의 CAPE(Cyclically Adjusted P/E, 경기조정 PER)로 계승됩니다. 10년 실질 이익 평균으로 PER을 계산해 시장 전체의 고평가·저평가를 판단하는 지표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의 근거 중 하나가 됐습니다. 그레이엄의 통찰이 70년 후 학문적으로 공식화된 것입니다.
05. 3가지 이익 지표의 비교 — 무엇을 봐야 하나
투자 현장에서는 EPS 외에도 다양한 이익 지표가 사용됩니다. 그레이엄의 관점에서 이 지표들을 비교해 어떤 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06. 이익의 질을 판단하는 그레이엄의 기준
정상화 이익을 계산하는 것 외에, 그레이엄은 이익의 양만큼이나 이익의 질(Quality of Earnings)을 중요하게 봅니다. 같은 EPS라도 질이 높은 이익과 낮은 이익은 전혀 다른 투자 가치를 가집니다.
① 현금흐름이 이익을 뒷받침하는가
영업이익이 증가했는데 영업 현금흐름(Operating Cash Flow)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익의 질이 낮은 신호입니다. 이익은 회계적 수치이지만 현금은 속임수를 쓸 수 없습니다. 그레이엄은 "현금흐름이 이익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 이익을 의심하라"고 했습니다. 특히 순이익 대비 영업 현금흐름 비율이 70% 미만이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② 이익이 꾸준한가, 변동이 심한가
그레이엄은 이익의 안정성을 매우 중시합니다. 어떤 해에는 크게 벌고 다음 해에는 크게 잃는 기업은, 평균 이익이 좋아 보여도 실제로는 리스크가 높습니다. EP.02에서 다뤘던 주식 선별 기준 중 "최근 10년간 단 한 번도 적자 없이 이익을 낸 기업"이라는 조건이 바로 이익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③ 이익 성장이 자본 집약적인가
이익이 늘어나는데 매년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면,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은 유지 보수 투자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실제로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은 적습니다. 그레이엄은 잉여 현금흐름(Free Cash Flow = 영업 현금흐름 − 자본적 지출)을 이익의 실질 규모를 가늠하는 보조 지표로 사용했습니다.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회사가 발표하는 이익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 이익이 지속 가능한가?', '이 이익이 실제 현금을 창출하는가?'이다."— Benjamin Graham, The Intelligent Investor, Chapter 12
① 영업 현금흐름 ÷ 순이익 > 0.7 이상인가?
② 최근 5~10년간 적자 연도가 없는가?
③ 매출채권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초과하지 않는가?
④ '일회성' 항목이 3년 이상 반복되지 않는가?
⑤ 회계 정책 변경이 없었는가 (주석 확인)?
이 다섯 가지 중 두 가지 이상 문제가 있다면 해당 기업의 이익 수치를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07. PART 3 예고 — 7가지 종목 선정 체크리스트
그레이엄은 12장과 14장에 걸쳐 방어적 투자자를 위한 구체적인 종목 선정 기준을 제시합니다. EP.02에서 개략적으로 소개한 기준들을 PART 3에서는 하나씩 깊이 파고듭니다. 다음은 PART 3 전체 편에서 다룰 7가지 기준의 미리보기입니다.
이번 EP.07이 다룬 EPS의 신뢰성 문제는 5번 기준 — "10년간 EPS 33% 이상 성장"을 검증하는 데 직접 연결됩니다. 보고 EPS가 아닌 정상화 EPS로 이 성장률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조작된 EPS 성장을 진짜 기업 성장으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08. 이번 편 핵심 정리
그레이엄이 EPS 챕터에서 투자자에게 남긴 핵심 메시지입니다.
보고 EPS는 경영진의 회계 선택에 따라 실제 이익 능력과 크게 다를 수 있다. 일회성 이익 포함, 자사주 매입 효과, 감가상각 변경, 수익 인식 조정, 반복되는 '일회성' 비용이 주요 왜곡 원인이다. 그레이엄은 5~10년 평균 정상화 이익을 사용하고, 이익의 질을 현금흐름으로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 없이 보고 EPS 기준 PER만으로 저평가·고평가를 판단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이다.